Label Story
서울 예술계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레이블 갤러리가 올해 겨울, 예술과 기록, 그리고 기억의 관계를 탐구하는 특별전 ‘시간의 단편’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예술 작가들이 기록과 기억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며, 전통과 현대의 미학적 융합이 만들어내는 다층적인 의미를 탐구한다.
‘시간의 단편’은 관람객들에게 기록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거나 전달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창조와 해석의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활용해 시간, 공간, 그리고 기억의 복합적인 관계를 조형적으로 풀어낸다. 이번전시는 특히 동양적 감석과 전통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험적 작품들을 중심을 기획되어, 동양화의 전통적 아름다움과 동시대적 실험정신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시간과 기록의 대화
동시대의 뭇사람들을 통하여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고자 해 온 기존의 작업 기반에서 나 자신을 포함한 준거집단인 작가군의 생활반경으로 서서히 시선을 돌려 작가의 스튜디오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전시〈場面장면들 the SCENES (갤러리 도스)〉부터였다. 이전까지 도시적 삶의 전형성을 드러내고자 하면서 주로 포착하려 했던 다수의 익명성 안에서 일반화되기 어렵다 느껴지는 중장년의 시기를 지나며 시선을 안으로 향하게 한 것이었고 동료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모습을 그렸다. 이후에도 간간이 실기실/작업실(영은미술관,<언제 어디서 무엇을>, 2017)의 모습을 취재하고 그렸던 기회가 있었다.
연계 프로그램: 관람객과 작품의 대화
이번에는 드러나는 전시의 시간보다 더 긴 작업의 과정을 주로 보내게 되는 공간에서 익숙한 듯 자리한 도구와 재료들을 들여다보았다. 작업의 질료로서, 개인이 활용하는 물성의 가능태로서의 무수한 집기와 사물에 시선을 맞추다 보면 우리가 주로 둘러싸여 살아가는 정경의 단면들이 새삼스럽게 자리한다. 주중에 들른 학교 실기실 한켠에 일렬로 세워진 이젤들, 방문한 작가의 스튜디오 곳곳에 세워진 캔버스와 물감 바구니, 내 물감 접시와 작업대 위를 낯선 듯 바라보면, 작업 공간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동시에 누구의 작업실에서도 볼 수 있는 양상의 공통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곳의 재료들은 지금은 누군가의 작업이 되어있을 것이다.
작업의 구체적인 형상들은 주로 빈번한 생활 속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는데, 특정한 순간만을 포착하여 묘사하려 하기보다는 직·간접적 체험안에서 반복되어 전형화된 일상의 단면, 그 누적된 기억의 이미지를 하나의 단면으로 재구성하려고 한 것이다. 일회성의 특수한 사건이 아닌 반복되는 순간을 담지한 찰나의 기억은 각자 자신의 기억속에 있는 서사(내러티브narrative)를 떠올리게 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실제 삶을 구성하고 영향을 주는 일들은 이렇게 거듭 누적되어 투사와 반추를 일으키는 요소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주로 익숙하고 반복되는 현상이나 주변을 주로 다루려 해왔다.